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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역사 탐방(56)
영남대의 창단과 서울대 또 하나의 슬픈 이야기

대구에서 열린 최초의 대학 미식축구 경기

서울대 vs 부산대, 고려대 vs 동아대

1980년 10월 25일 대구 시민운동장에는 많지는 않았지만 "미식축구가 어떤거야 ?"하며 호기심을 가진 관중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대한미식축구협회가 주최를 하고 영남일보와 대구 MBC의 후원으로 열리는 4개 대학 초청경기로 대구에서는 처음 열리는 미식축구 경기였다. 이 대회는 서울에서 서울대와 고려대가 부산에서는 부산대와 동아대가 초청을 받았다.

오후 1시 부터 서울대와 부산대의 경기가 킥오프 되었고 이어 3시 부터 고려대와 동아대가 경기를 가졌다.
사실 이날 경기 결과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지만 서울대는 부산대에 14-6으로 승리를 하였고, 고려대는 동아대에 승리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아와 고려의 경기 스코어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가 없었다.

경기 결과 1980년 10월 25일/대구 시민운동장

13:00시 서울대 14-6 부산대

15:00시 고려대(승)-동아대(패)

영남일보의 대구 4개대학 초청경기 예고기사 1980년 10월 23일

영남대 선수들이 제작한 경기 초청장 및 입장권

4개 대학 초청경기 실제 주관은 영남대 미식축구부
이날 운동장 입구에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영남대 학생들이 입장권을 팔고 손님을 안내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해 봄에 창단된 영남대 미식축구 부원들이었다.
행사 주최는 중앙협회였지만 실제로 대회운영은 영남대 선수들이 하고 있었다.

영남대 미식축구부에서 당시 가지고 있었던 풋볼장비는 단지 볼 하나 였다고한다. 그래도 이들은 엄연히 학교에서는 동아리로 승인이 난 미식축구부였던 것이다.

장비없는 미식축구팀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당시 장비가격은 숄더패드와 헬멧 1벌에 약 30만원이고 기타 패드 등을 합하면 40만원이 된다. 요즘 가격과 거의 같았다.
그리고 협회도 그렇게 풍족하지 않아 지방 신생팀에 장비기증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또한 "장비만 받고 없어지면 어떻하나?" 하는 우려도 있었다.

영남대 창립멤버인 정용무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은 우리는 고민고민 끝에 4개대학 초청경기를 주관 하게된 것입니다. 이후에도 우리는 81년 제 1회 동계대회에 나가 스스로 경기 보조를 하여 주었고, 81년 5월20일 American Football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서울대와 부산대의 경기 1980년 10월 25일 대구시민운동장

영남대 주최 미식축구 세미나
다음해 81년 8월25일 영남대는 협회의 관심을 끌기위해 미식축구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날 영남대 세미나에 초빙된 강사는 강성봉 부산협회장, 주원복 미식축구원로 그리고 주한 미문화원 공보관 코엔박사였는데 세미나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1. 주원복: 대학생과 미식축구

2. 강성봉: 한국 미식축구의 문제점

3. 코엔박사: 미국에서 미식축구가 가지는 의미
영남대는 어떻게든 관심을 끌기위해 그리고 살아 남기위해 이렇게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이날 세미나에는 대학별로 2명씩 참석을 하였는데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에서는 중고 장비 한벌씩을 영남대에 빌려주는 형식이지만 받을 생각도 없이 주었다고 한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을 했던 김윤정 서울대 OB(당시 선수)는 "세미나 후에 영대생들은 연습도 없었는데 매우 흥분하여 그날 받은 미식축구 장비를 입고 운동장을 뛰는 학생도 있었고, 어느 학생은 몇번이나 장비를 입었다 벗었다하면서 빨리 경기를 하고 싶다"라고 말을 했다고한다.
영남대 OB 정용무는 "나머지 장비 한벌은 대구 미8군에서 하나 얻었습니다"라고 회고한다.

영남대 장비 기증기사 한국일보 82년1월 17일

10번째 대학팀으로 장비지급을 받은 영남대 미식축구부

영남대 선수들의 노력과 기다림은 드디어 결실을 맺어 1982년 1월 16일 제 2회 동계대회가 열리는 부산구덕운동장에서 당시 강성봉 부산협회장으로 부터 헬멧과 숄더패드 10벌을 기증받게 된다. 영남대는 기존에 여러 대학에서 빌린 중고장비를 4벌에 새로운 장비 10벌을 지원 받음으로서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14벌로 한팀으로 꾸릴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주장 김정식은 일지에 이렇게 써놓았다.
"만 2년을 기다림 끝에 드디어 해결이되었다. ...중략... 돌이켜보면 우리는 야생마 처럼 뛰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식축구부 창단은 이문석, 김상민, 김수성, 김연수, 이정식, 김정식. 고재환 그리고 정용무 등이 주축이 되어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회원이 95명이었다고 영남대 미식축구부 일지에는 기록이 되어 있다. 80년 4월 5일이었다.
영남대 팀은 우리나라에서 10번째 대학팀이 된다.
그러나 2년을 기다리는 사이에 많은 회원이 팀을 떠났다. 그래도 14벌은 부족했지만 이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창단 맴버인 고재환은 대구에 있는 미문화원에서 죤 맥케이가 쓴 "Football Coaching"이라는 책을 가져왔고 이후 이 책은 영남대 미식축구팀이 자생하는 바이블이 되었다.

영남대 승리기사 부산일보 82년 11월 7일

82년 부산 추계에서 첫승리
장비를 지급 받자말자 몸이 근질근질했던 영남대는 4월에 열리는 부산 춘계에 번외경기로 참가하여 부산산업대와 부산대에 각각 0-38, 0-42으로 패하였다. 그러나 5월에 개교기념 천마 축제 경기에 해양대를 초청하여 6-0으로 승리하는 첫 기쁨도 누렸다.
그리고 82년 11월 7일에 부산에서 열린 추계에 출전하여 같은 신생팀인 동의대를 19-0으로 대파하며 공식경기 첫 승리 축배를 들었다.

이날의 승리를 영남대 31년사에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이문석, 배익홍 노성렬이 각각 터치다운 1개씩을 하면서 동의대를 대파하며 공식 경기 첫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누구에게도 미식축구를 배우지 않았고, 스스로 팀을 키워왔기에 첫 승리의 감격은 대회 우승보다 더 큰 기쁨이었으리라."

지난 40년 대구경북 미식축구를 지켜온 영남대
영남대는 전국대회 우승과 같은 화려한 전적을 가진 팀은 아니다. 그러나 꾸준한 팀이다. 초창기에는 경북대 계명대 더불어 대경협회를 3각축으로 이끌어 왔고 지금도 대경미식축구를 이끌고 있는 한 축이다.
영남대 미식축구선수들은 미식축구를 한다는 자부심은 남다르다. 그리고 특히 선배들의 후배사랑은 어느 팀도 따를 수가 없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아무 도움도 없이 스스로 팀을 키워온 그 바탕이 졸업생들의 피속에 흐르는 것 같다.
그 속에서 선후배의 정이 더욱더 돈독했으리라 생각된다.

1982년 부산 추계 영남대의 첫 승리를 가저온 동의대와 경기/동의대 구장

80년 10월 27일 동아일보 이송운군의 기사
기사 내용 중 이성윤은 이송운의 잘못된 이름

서울대 또 하나의 슬픔 이송운군의 죽음

80년 10월 4개 대학 초청 경기 후에 서울대는 영남대의 요청으로 하루 더 머물며 다음날에 미식축구를 같이 공동연습을 하기로 하였다. 양교 선수들은 같이 회식 후에 서울대생들은 각자 영대생들의 하숙집 또는 자취생들의 숙소로 개별적으로 갈라져서 잠을 자게 되었다. 물론 비용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연습구장에는 서울대생 축산과 2년 이송운군이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같이 갔던 영남대생인 장성근군도 보이지 않았다.
늦잠을 자려니하고 깨우러 간 학생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 명의 학생은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 연탄가스 중독사였다.
지난해 가을 효창구장에서 정연일 군을 보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대는 또 다른 슬픔을 맞이하게된 것이다.
당시 서울대 선수이던 김윤정은 "광주 출신의 이송운군은 광주사태에서도 살아 남았는데 대구에서 이런 일을 당하다니... 하늘이 원망 스럽고 너무 화가 났다. 경북대 병원 영안실에 잠자듯이 누워있는 송운이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난다. 우리의 슬픔을 모르는지 무척 평화로워 보였습니다."라고 회고한다.
이송운은 광주 망월동 5.18묘역과 같은 구역에 조용히 누워있다.

이 후 영남대와 서울대는 이송운군의 추모를 위한 교류 경기를 82년에 가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매년 10월 25일에는 서울대와 영남대는 각자 별도로 추모제를 하였는데 언제 없어 졌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세월이 지남에 따라 각자 팀을 운영하기 조차도 어려웠던 시절이었던 것이 원인이었으리라.
지금도 서울대는 정연일의 번호 11번과 이송운의 번호 51번은 영구 결번으로 하고있다.

인용자료
1. 영남대 미식축구 31년사/집필 책임자 박병수

2. 서울대 미식축구 66년사/집필 책임자 박경규

3. 택클을 돌파하라/대구경북미식축구 20년사/저자 박경규

4. 영남일보 1980년 10월 23일 보도기사

5. 동아일보 1980년 10월 27일 보도기사

6. 한국일보 1982년 1월 17일 보도기사
7. 부산일보 1982년 11월 7일 보도기사
8. 개인 면담: 강성봉/당시 부산협회장, 정용무/영남대 창단 맴버, 김윤정/서울대 OB, 당시 경기에 참가 했던 선수

아래 사진 설명: 1982년 11월 9일 부산 추계 3-4위전에서 부산대와 경기

역사편집: 한길 박경규 경북대 미식축구부 감독